[스파이의 세계] (4)성형수술로 변신하는 비밀공작원
민진규 대기자
2018-10-21 오후 4:25:06
2010년 두바이 하마스 간부 암살작전에 동원된 이스라엘 정보기간인 모사드(Mossad) 요원들은 여권을 위장하는 방법으로 두바이로 집결했다. 이들은 신용카드를 나눠 사용하거나 호텔의 같은 방에 투숙하면서 꼬리를 잡혔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비밀공작원이 위조 여권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여권을 위조한다고 해도 얼굴이 알려지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국가는 공항, 터미널, 호텔, 백화점, 대형 쇼핑센터. 공공장소 등에 CCTV 많이 설치돼 있어서 얼굴이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다.

얼굴이 노출된 비밀공작원을 다시 전선에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성형수술이다. 주요 선진국의 정보기관은 타겟 국가의 주요 비밀공작원의 성형수술을 하기 이전의 얼굴사진을 ‘BPS(Before plastic surgery)’라고 부르면 관리한다. 

◈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성형수술에도 적극적

아랍메미리트 두바이의 호텔에 투숙한 하마스 무기구매책임자인 마흐무드 알 마브후흐를 살해한 모사드 여성요원 중 1명이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바이 경찰은 아일랜드 위조 여권을 소지했던 ‘Gail Follard’가 모사드의 암살부대 키돈(Kidon) 소속 ‘Doda Zipora’이라고 확인했다.

이 여성은 동일한 아일랜드 여권을 사용했지만 2개 여권의 사진은 완전히 다르다. 얼굴의 일부를 조금 고치고 머리 모양을 바꾼 후 화장을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위장한 것이다. 동일한 이름을 사용해 신원이 노출된 것이다.

단순히 성형수술을 한다고 얼굴 전체를 바꾸기 어렵고, 개인의 정체성 혼란의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성형수술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남성의 경우 대머리인 경우에 머리를 심거나 가발을 착용함으로써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

머리 색깔도 좋은 염색 약이 많기 때문에 개인을 구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포함되지 않는다. 성인이라고 해도 치아교정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면 임플란트로 치아도 바꿀 수 있어 성형수술의 한계는 없다고 봐야 한다.

과거의 사진만으로 비밀공작원을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항에서 이민국 직원들이 검색을 강화한다고 해도 위조여권을 사용하고, 성형수술을 한 비밀공작원을 식별해 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인권이나 사생활을 중시하는 서유럽 선진국보다는 러시아,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의 국가정보기관이 성형수술에 관대한 편이다. 러시아의 군사정보기관인 GRU의 경우에는 신원이 노출된 정보요원은 개인의 희망에 따라 성형수술을 행한다.

비밀공작원이 해외에서 공작을 수행하다가 신원이 노출되면 다른 국가로 보내기 이전에 본국으로 소환해 성형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가명을 하나 더 만들면 된다.

미국이나 영국의 정보기관은 성형수술보다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간단한 가발이나 머리 염색은 초보적인 위장수단이지만 생각보다 더 잘 먹힌다. 개인의 의사에 반해서 성형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공작기법이 대담하고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유랑생활을 하다가 독립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애국심은 대단히 높다. 당연하게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원은 일반 국민들과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국가에 헌신할 자세를 갖고 있어서 공작활동에 필요하다면 성형수술에도 적극적이다.

2010년 두바이 암살공작에 투입된 비밀공작원들은 호텔 복도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보면서 웃음을 짓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신원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어떤 보안시설이 설치되어 있어도 미션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한국의 정보기관도 해외에서 암살공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성형수술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는 직원은 얼마나 될까? 실제 비밀공작원으로 적합한 성형수술 노하우는 축적하고 있을까? 다양한 의문이 들었지만 명쾌한 답은 얻지 못했다.

- 계 속 - 

 


▲모사드 키돈 암살요원의 위조여권 사진(출처 : 두바이경찰)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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