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칼럼] 디스커버리 제도의 의의와 실태
김용태 발행인
2022-04-04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는 증거수집제도 또는 증거개시제도라고 불리는 것으로 재판에 앞서 재판 당사자들이 소송 문서들을 확보해 이를 서로에게 상호 공개하는 제도이다.

소송 진행과 관련된 제도로,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소송 당사자가 서로 갖고 있는 증거 및 서류를 상호 공개하고, 제3의 전문가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조사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칠 경우, 당사자가 사실정보를 충분히 검토함으로써 쟁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소송절차를 간소화시킬 수 있다. 소송비용도 절감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주로 영미법계에서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소송에 관련된 정보를 얻거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변론기일 전에 진행되는 사실 확인 및 증거수집 절차다. 미국·독일·일본은 자료 제출을 거부 또는 은폐하면 강제수색을 집행하거나 패소 판결을 내려 불이익을 준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재판을 할 경우,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측에서 피고측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데  피고측은 핵심적인 자료 및 증거는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자료 제출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증거수집이 어렵고, 피해를 주장하는 피고측의 권리 보호가 취약한 실정이다. 

당사자주의·변론주의를 기반으로 자기책임하에 소송이 진행되는 우리나라 법제상 행정소송, 환경소송이나 의료소송 등과 같은 현대형 소송 뿐 아니라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등의 일반 분쟁사건에서 한쪽 당사자에게 증거가 편재하더라도 그 상대방이 증거를 취득할 수 없어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소송당사자가 입증 실패로 패소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결국 증거방법의 채택을 둘러싼 공방과 재판에 대한 불신을 낳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어렵게 만들어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하며 재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재판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증거개시제도인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통해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디스커버리는 변론절차 진행 전 당사자 상호 간에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도록 하는 절차로 양 당사자에게 균등한 수집의 기회를 제공한다. 공평한 소송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재판 절차의 효율적 진행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 유출 피해를 당한 중소기업의 경우, 침해자가 정보와 자료 등 증거를 소송시 법원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접근이 어려워 패소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통해 침해자의 증거 및 서류를 사전에 공개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어 왔다. 또한 특허재판 등 지적 재산권 분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인 증거수집으로 인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과 같은 디스커버리 제도에 찬성한다. 

그러나 아직 디스커버리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선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아 증거수집이 어렵고 소송이 길어지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특허법은 2016년 침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이 필요한 경우 상대방이 보유한 자료의 제출을 명령하도록 규정(특허법 제132조)했다. 그러나 당사자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 및 소제기 전후 자료 훼손에 대한 제재 미흡 등으로 활용이 저조한 상황이다. 

현행 특허법은 특허권 침해와 관련해 금지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및 자료제출명령제도 등 특허권자 및 전용실시권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다양한 수단을 두고 있다.

그러나 특허권 관련 침해소송에서 침해행위 입증 및 손해액 산정에 관한 증거자료가 침해자에게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권리자가 침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피해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증거확보를 위한 실효적인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나아가 비밀을 유지할 보안적인 절차와 법원에서 시행되는 명령의 강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제도적 철차를 단계적으로 밟아가야 한다. 만약 한국에 맞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된다면 이에 따라 조사전문인력이 증가하고 합리적인 소송절차를 밟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디스커버리는 진실의 발견을 위한 증거 등 관련 자료들의 확보를 강제하는 법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실제로는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의 법정에서는 상대방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있는 증거자료를 당사자가 입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주장 사실의 입증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패소하는 사례들이 다반사이다. 진실발견 능력의 중대한 결함은 광범위한 사법 불신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에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와 소송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고, 분쟁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상수 교수(가톨릭대 행정대학원 탐정학전공 주임교수, (사)한국시민교육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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