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셜록 홈즈] (166)줄서기도 대행하는 심부름센터
최근 잘 아는 변호사와 심부름센터에 대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심부름센터가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서 다루는 것처럼 아주 나쁜 사업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같은 단체가 공인탐정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도 화제로 올렸다. 소속 변호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법무사협회장은 공인탐정이 법무사에게 새로운 업무 영역이 될 것이라며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공인탐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적한다. 비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심부름센터는 3,000개가 넘는데, 잊을 만 하면 간혹 발생하는 일부 몇 개의 일탈행위를 ‘침소봉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없는 탐정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인탐정을 허용한 후 전문가 집단의 자율 정화기능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심부름센터가 우리 생활 속에 침투해 있어 제도화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 현장의 ‘떳다방’도 전문 줄서기꾼
심부름센터의 고전적인 업무 중 하나가 대신 줄을 서주는 것이다. 지금은 명절 철도승차권 예매가 온라인 예약이 가능해 줄 서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연례행사처럼 추석과 구정과 같은 명절이 되면 서울역에는 긴 줄이 밤새도록 이어진다.
미국 애플이 신상품을 발매할 때마다 전문 줄서기꾼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친다. 2018년 9월 27일 목요일 저녁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 소재한 애플 매장 앞에서도 수백 명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다음날인 28일부터 신형 아이폰 XS와 아이폰XS맥스의 판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줄서기꾼들은 매장 앞에 먼저 줄을 사고 대기표를 받는다. 대기표를 줄을 서지 않았거나 뒤에 선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아이폰XS의 가격은 8만7000루블인데, 1번 대기표의 호가는 45만루블이었다. 번호가 뒤로 갈수록 가격은 점점 떨어진다. 매장에서 첫 번째로 구매할 경우에는 러시아에서 1번 구매자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언론 인터뷰 등의 관심은 부차적인 혜택에 속한다.
러시아의 사례가 아니더라고 중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아이폰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매장 앞에 전문 줄서기꾼이 모여든다. 애플이 직영하는 홍콩 플래그십 매장의 경우에는 중국의 전문 보따리상과 줄서기꾼으로 복잡하다.
아예 1인이 구매할 수 있거나 1일 판매하는 대수를 한정하고 있지만 대리로 구매해 주는 알바가 넘쳐 단속의 효과가 별반 없다. 신형 아이폰을 구매해 중국으로 가져갈 경우에 많은 이득이 남기 때문에 알바를 고용하려는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아파트청약 사무소 앞의 ‘떳다방’도 전문 줄서기꾼이 대다수이다. 입지가 좋지 않은 아파트단지, 오피스텔, 상가 등의 분양행사에 ‘약방의 감초’격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전문 줄서기꾼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센터의 경품행사, 선착순으로 고객을 입장시키는 영화관, 대형 놀이공원의 무료 입장행사 등에도 전문 줄서기꾼이 알바생으로 등장한다. 청소년들이 인기 있는 가수의 콘서트표를 구입하거나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순서를 파는 것은 널리 알려진 알바이다.
전문 줄서기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줄을 선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줄을 선 행위 그 자체에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각종 행사나 이벤트에는 꼭 나타나는 전문 줄서기꾼도 있지만 대부분 권리를 판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자영업자이다.
건설업체나 부동산 시행사들도 떳다방을 운영할 때 부동산중개소 등을 통해 바람잡이 줄서기꾼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공인중개사도 있지만 동네에서 놀고 있는 가정주부, 노인 등에게 일당을 주고 고용하기도 한다.
일반인이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는 행사나 이벤트를 위해 직접 줄을 서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 심부름센터를 통해서 대신 줄을 서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암표상이나 전문 줄서기꾼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알바생을 구할 수 있다.
밤새도록 야외에서 줄을 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겨울과 같이 춥기도 하기 때문에 일반 알바와는 비용이 차이가 있다. 일부의 경우에는 며칠 동안 줄을 서는 경우도 있어서 1명이 감당하기 어려워 1인 이상의 투입해야 한다.
줄서기에 심부름센터를 통해 알바를 구하는 것이 현장에서 암표나 대기표를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암표는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것이고, 온라인으로 암표를 구입하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암표상에게 줄 선 권리를 제안 받고, 여행객으로 구매대행도 요청 받아
필자는 몇 년 전 자동차부품 관련 전시회를 개최한 중국 선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해당 전시장이 처음이라서 어떻게 입장하는지 사전에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현장에 도착했다.
전철역에 내려서 입구로 나가자 암표상이 다가왔다. 이들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1개당 얼마에 판매한다며 흥정을 시작했다. 중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이나 선전을 처음 방문한 타 지역 방문객들이 주요 타겟(target)이었다.
입장권의 가격은 전철역에서부터 전시장 입구 쪽으로 갈수록 점점 싸졌다. 출입증 1개당 200위안에서 출발한 가격은 전시장 입구에 도달하자 수십 위안으로 떨어졌다. 출입구에는 대신 줄을 서고 있는 사람이 있어 바로 입장할 수 있다며 다가오는 호객군도 있었다.
모두가 줄을 선 대가를 바라고 모여든 전문 줄서기꾼이었다. 전시회가 어떤 성격인지조차 모르는 노인이나 어린아이도 출입증을 파는 장사꾼에 포함돼 있었다.
반면에 홍콩의 애플 매장 앞에서는 수당을 제시하며 심부름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중국 본토의 보따리상들이 홍콩에서 아이폰을 구매해 중국에 가져가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알바가 성행하는 것이다.
중국보다 홍콩에서 아이폰의 구매가 쉬운 점도 작용한다.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아이폰의 숫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구매대행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들은 관광객의 외형만 보고도 구경만 하고 사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입구에서 경비원이 호객행위를 하는 보따리상에게 경고를 하고, 경비원이 관광객에게 주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단지 몇 분간의 노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떨치기는 어렵다. 구매를 대행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고 단순한 심부름에 불과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시장에 줄서기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정부나 기업이 아무 단속한다고 해도 심부름센터나 전문 줄서기꾼과 같은 공급자가 사라지지 않는다.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지 않더라고 인간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이후 수만 년 동안 이 원칙은 지켜졌다.
- 계속 –
▲홍콩 애플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출처 : iNIS)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대한변호사협회와 같은 단체가 공인탐정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도 화제로 올렸다. 소속 변호사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법무사협회장은 공인탐정이 법무사에게 새로운 업무 영역이 될 것이라며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공인탐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심부름센터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적한다. 비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심부름센터는 3,000개가 넘는데, 잊을 만 하면 간혹 발생하는 일부 몇 개의 일탈행위를 ‘침소봉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없는 탐정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인탐정을 허용한 후 전문가 집단의 자율 정화기능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심부름센터가 우리 생활 속에 침투해 있어 제도화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 현장의 ‘떳다방’도 전문 줄서기꾼
심부름센터의 고전적인 업무 중 하나가 대신 줄을 서주는 것이다. 지금은 명절 철도승차권 예매가 온라인 예약이 가능해 줄 서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연례행사처럼 추석과 구정과 같은 명절이 되면 서울역에는 긴 줄이 밤새도록 이어진다.
미국 애플이 신상품을 발매할 때마다 전문 줄서기꾼이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친다. 2018년 9월 27일 목요일 저녁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 소재한 애플 매장 앞에서도 수백 명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다음날인 28일부터 신형 아이폰 XS와 아이폰XS맥스의 판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줄서기꾼들은 매장 앞에 먼저 줄을 사고 대기표를 받는다. 대기표를 줄을 서지 않았거나 뒤에 선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아이폰XS의 가격은 8만7000루블인데, 1번 대기표의 호가는 45만루블이었다. 번호가 뒤로 갈수록 가격은 점점 떨어진다. 매장에서 첫 번째로 구매할 경우에는 러시아에서 1번 구매자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언론 인터뷰 등의 관심은 부차적인 혜택에 속한다.
러시아의 사례가 아니더라고 중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아이폰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매장 앞에 전문 줄서기꾼이 모여든다. 애플이 직영하는 홍콩 플래그십 매장의 경우에는 중국의 전문 보따리상과 줄서기꾼으로 복잡하다.
아예 1인이 구매할 수 있거나 1일 판매하는 대수를 한정하고 있지만 대리로 구매해 주는 알바가 넘쳐 단속의 효과가 별반 없다. 신형 아이폰을 구매해 중국으로 가져갈 경우에 많은 이득이 남기 때문에 알바를 고용하려는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아파트청약 사무소 앞의 ‘떳다방’도 전문 줄서기꾼이 대다수이다. 입지가 좋지 않은 아파트단지, 오피스텔, 상가 등의 분양행사에 ‘약방의 감초’격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전문 줄서기꾼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센터의 경품행사, 선착순으로 고객을 입장시키는 영화관, 대형 놀이공원의 무료 입장행사 등에도 전문 줄서기꾼이 알바생으로 등장한다. 청소년들이 인기 있는 가수의 콘서트표를 구입하거나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순서를 파는 것은 널리 알려진 알바이다.
전문 줄서기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줄을 선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줄을 선 행위 그 자체에 권리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각종 행사나 이벤트에는 꼭 나타나는 전문 줄서기꾼도 있지만 대부분 권리를 판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자영업자이다.
건설업체나 부동산 시행사들도 떳다방을 운영할 때 부동산중개소 등을 통해 바람잡이 줄서기꾼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공인중개사도 있지만 동네에서 놀고 있는 가정주부, 노인 등에게 일당을 주고 고용하기도 한다.
일반인이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는 행사나 이벤트를 위해 직접 줄을 서고 싶지만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 심부름센터를 통해서 대신 줄을 서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암표상이나 전문 줄서기꾼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알바생을 구할 수 있다.
밤새도록 야외에서 줄을 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겨울과 같이 춥기도 하기 때문에 일반 알바와는 비용이 차이가 있다. 일부의 경우에는 며칠 동안 줄을 서는 경우도 있어서 1명이 감당하기 어려워 1인 이상의 투입해야 한다.
줄서기에 심부름센터를 통해 알바를 구하는 것이 현장에서 암표나 대기표를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암표는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것이고, 온라인으로 암표를 구입하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암표상에게 줄 선 권리를 제안 받고, 여행객으로 구매대행도 요청 받아
필자는 몇 년 전 자동차부품 관련 전시회를 개최한 중국 선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해당 전시장이 처음이라서 어떻게 입장하는지 사전에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현장에 도착했다.
전철역에 내려서 입구로 나가자 암표상이 다가왔다. 이들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1개당 얼마에 판매한다며 흥정을 시작했다. 중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이나 선전을 처음 방문한 타 지역 방문객들이 주요 타겟(target)이었다.
입장권의 가격은 전철역에서부터 전시장 입구 쪽으로 갈수록 점점 싸졌다. 출입증 1개당 200위안에서 출발한 가격은 전시장 입구에 도달하자 수십 위안으로 떨어졌다. 출입구에는 대신 줄을 서고 있는 사람이 있어 바로 입장할 수 있다며 다가오는 호객군도 있었다.
모두가 줄을 선 대가를 바라고 모여든 전문 줄서기꾼이었다. 전시회가 어떤 성격인지조차 모르는 노인이나 어린아이도 출입증을 파는 장사꾼에 포함돼 있었다.
반면에 홍콩의 애플 매장 앞에서는 수당을 제시하며 심부름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중국 본토의 보따리상들이 홍콩에서 아이폰을 구매해 중국에 가져가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알바가 성행하는 것이다.
중국보다 홍콩에서 아이폰의 구매가 쉬운 점도 작용한다.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아이폰의 숫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관광객에게 구매대행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들은 관광객의 외형만 보고도 구경만 하고 사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입구에서 경비원이 호객행위를 하는 보따리상에게 경고를 하고, 경비원이 관광객에게 주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단지 몇 분간의 노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떨치기는 어렵다. 구매를 대행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아니고 단순한 심부름에 불과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시장에 줄서기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정부나 기업이 아무 단속한다고 해도 심부름센터나 전문 줄서기꾼과 같은 공급자가 사라지지 않는다.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지 않더라고 인간이 지구상에 살기 시작한 이후 수만 년 동안 이 원칙은 지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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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애플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출처 : iNIS)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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