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세계] (6) 뛰어난 사교술로 타겟을 포섭하는 비밀정보요원
민진규 대기자
2018-11-04 오후 3:46:27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의 전설적인 정보요원은 엘리 코헨(Eli Cohen)이다. 그는 시리아에서 활동하다 1965년 체포돼 교수형에 처해졌지만 이스라엘 영토를 획기적으로 넓힌 ‘6일 전쟁’의 일등 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엘리 코헨의 장점은 뛰어난 사교술을 바탕으로 인맥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첩보영화의 교본으로 일컫는 ‘007 영화’주인공인 제임스 본드가 사교 능력을 바탕으로 타겟(target)을 포섭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비밀정보요원이 사교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용모, 뛰어난 언변, 세심한 매너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비밀정보요원이 사교술을 발휘하기 위한 요소를 살펴보자. 

◈ 교육과 훈련보다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질이라고 봐야

일반적으로 사교술은 교육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숙련시킬 수 있지만 천부적으로 자질을 갖춘 사람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비밀정보요원에게 요구되는 사교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에 필요한 용모, 언변, 매너 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른 사람에게 호의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 타겟에 접근하거나 협조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좋은 인상은 필수적이다. 좋은 인상이라는 것이 반드시 잘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좋은 인상도 국가, 민족,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영국에서는 제임스 본드의 역할을 다수 연기한 로저 무어(Roger Moore)와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덴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의 얼굴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러시아에서는 선한 농부와 같은 인상이 좋다. 일본은 지적인 인상을 좋아하고, 중국은 근면한 느낌을 주는 사람을 선호한다. 비밀정보요원이 남의 눈에 띨 정도로 너무 잘 생기면 오히려 위장(cover)에 불리하다.

둘째, 처음 만난 사람도 오랜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는 화려한 언변을 갖춰야 한다. 말이 많이 할 수 있는 다변가가 아니라 누구든지 자연스럽게 대화 속으로 이끌 수 있는 달변가가 돼야 한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쉽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남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상대방이 의심을 하지 않고 대화에 빠져들 수 있도록 대화의 소재가 풍부해야 한다. 상대방의 고향, 국가, 민족, 역사, 가정사, 관심사 등에 대한 기본정보(Basic Intelligence)를 확보하고 있으면 대화를 준비하는데 유리하다.

교양을 쌓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좋은 이야기 꾼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가정보기관이 비밀정보요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단순한 전문지식보다는 교양과 소양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는 이유다. 천부적으로 타고났다고 해도 평상 시에 다양한 주제에 관한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을 만나서 간접 경험을 폭 넓게 쌓아야 한다.

셋째, 주변인을 배려하는 세심한 매너는 상대방을 녹아웃(knock out) 시킬 수 있는 카운터 펀치에 해당된다. 아무리 인상이 좋고, 대화를‘청산유수’처럼 이끌어 가도 상대방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매너이다.

상대방의 옷차림, 대화소재, 가족 관계, 취미생활, 사소한 습관 등에 관심을 보이고 배려해 주는 것이다. 과거에 같이 마신 음료를 기억했다가 대신 주문하는 것은 기초에 속하고, 선호하는 자리 위치나 필요한 작은 선물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선물은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면서 최후에 동원해야 하는 수단이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상대방이 준다고 해도 선물을 선뜻 받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문화권을 불문하고 성인은 대부분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국가정보기관이 위에서 열거한 능력을 갖춘 뛰어난 비밀정보요원을 확보하는 것은 행운에 가깝다. 단기간에 육성하기도 어렵고, 비밀정보요원을 육성하는 체계를 제대로 갖춘 정보기관도 많지 않다. 

◈ 뛰어난 사교술로 적국의 대통령까지 포섭해

모사드가 선발한 엘리 코헨은 무난한 용모, 뛰어난 언변, 세심한 매너를 갖췄으며,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자랑하는 비밀정보요원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성공적인 공작활동을 경험한 모사드도 엘리 코헨을 뛰어 넘는 비밀정보요원을 없었다고 할 정도이다.

엘리 코헨은 타겟 국가인 시리아에 직접 침투하기 보다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1차 거점을 마련한다. 2차 대전을 피해 이주한 시리아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이주민 단체를 직접 만들어 인맥을 넓히기 시작한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이주민들의 권익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면서 시리아 외교관과도 친분을 쌓았다. 이 때 대사관 무관으로 파견 나온 아민 알 하피즈(Amin al-Hafiz)를 만난다. 그는 나중에 시리아 국방장관을 거쳐 대통령까지 역임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기반을 구축한 후 시리아로 건너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정치에 관련된 소문을 수집해 대화에 활용하고, 자신의 집에서 파티를 개최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력 정치인, 사업가, 군인을 관리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남의 눈이 드러나는 호텔 대신에 코헨의 아파트를 애인과 밀회를 즐기는 장소로 활용했다. 국방장관의 여비서, 항공사 스튜디어스, 여자 연예인 등도 아파트 애용자 중에 포함됐다.

유흥을 위해 돈이 필요한 군인과 정치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모사드가 국가 차원에서 사업을 지원했기 때문에 성공한 사업가로 정치인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했다. 모두가 돈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술도 마시고, 민감한 정치나 군사 관련 소재의 대화를 나누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엘리 코헨 자신도 시리아에서 전략적으로 방탕한 유흥생활을 즐겼고, 사후에 애인이 17명이나 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시리아 정보기관의 수장이 코헨의 신원을 보증했지만 뛰어난 사교력이 비밀정보활동의 바탕이 됐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코헨이 공작활동을 수행할 당시 모사의 2대 국장인 이세르 하렐((Isser Harel)이 조직을 책임지고 있었으며 코헨의 형인 모리스 코헨도 모사드 요원이었다. 아들인 샤이 코헨도 모사드 요원으로 헌신했지만 아버지와 같은 혁혁한 공적을 세우지는 못했다. 엘리 코헨은 아직도 모사드의 전설로 남아 있다.

- 계 속 - 

 


▲엘리 코헨의 결혼식 장면(출처 : 유튜브)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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