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셜록 홈즈] (174) 해외 도피자는 안 잡는 것이 아니라 못 잡는 것
민진규 대기자
2018-12-03 오전 10:16:21
최근 유명 연예인의 부모가 주변에 돈을 빌린 후 해외로 이민간 사건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국내 수사기관이 해외 도피자를 안 잡는 것인지, 아니면 못 잡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경찰청에 해외 도피자를 추적하는 팀이 있지만 직원이 10여명에 불과한데 인터폴에 등록된 수배자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고 있는 살인자, 정치인이나 기업 경영진에 대한 추적도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기와 같은 경제사범을 추적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탐정가이드북을 저술했으며 해외 경험이 풍부한 필자에게 해외 도피자에 대해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받는 편이다. 일반인도 있지만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해외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궁금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추적 능력이 부족해 해외로 도피하면 안전하다는 생각이 강해

수십 년간 살아온 고국을 버리고 해외로 도피하는 사람은 제각각 사연이 다양한 편이다. 정치를 하다가 정권이 바뀌어 정치적 보복을 두려워 도피하는 것은 가장 양호한 사정에 속하고 살인, 강도, 절도,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가장 나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사업이나 기타 이유로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려 갚지 못했거나 아니면 갚을 의사가 없이 큰 돈을 빌려 갖고 해외로 나가기도 한다. 이민수속을 밟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돈을 최대한 빌려 도주하는 사례도 있다. 해외 도피자는 수사기관이 안 잡는 것이 아니라 못 잡는 것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인의 경우에는 정권이 바뀌어도 언제 다시 정권이 바뀌어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수사기관도 적극적이지 않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수사기관 내부에 다양한 조력자가 있기 때문에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

일부 정치인의 경우에는 도주한 국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기도 한다. 고위직을 역임했거나 국내 정치권에 관련된 비밀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정치적 망명은 쉽다. 미국도 한국 정치인이 도피해 망명하는 국가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DJ노벨상 공작의혹을 제기한 전 국정원 직원 김기삼 등이 있다.

둘째, 많은 돈에 연루된 도피자도 필사적으로 숨거나 돈을 활용해 수사를 대비한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잘 통용되는 곳이 사법기관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공무원이 가장 많은 기관들이 즐비하다. 수사의 방향, 수사 의지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 대비하기도 한다.

해외로 도피했다가 귀국해 처벌을 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오랜 기간 동안 해외에 도피 중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최근 보물선 사기 사건 의혹을 받고 있는 신일그룹 유승진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수백억 혹은 수십억 규모의 횡령 및 배임사건으로 해외로 도피한 경제사범도 많은 편이다.

셋째, 일반 범죄자나 도피자의 경우에는 수사관을 해외에 파견할 경우에 추적하는 비용이 많이 소요돼 제한된 수사기관의 예산을 감안하면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언론이나 국민적 관심도 없고, 윗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건에 예산을 투입하자고 과감하게 제안할 공무원은 많지 않다.

수사관을 해외에 파견하려고 해도 외국어 능통한 사람을 확보하거나 지역사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예산도 항공료, 숙박비, 여비, 현지 교통비, 현지 가이드 비용 등을 감안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현지 항공편이 없는 오지로 갈 경우에는 항공기를 개별 임대해야 하기 때문에 추적을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해외 도피자는 국내 수사기관이 안 잡는 것이 아니라 사정상 못 잡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피자를 추적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로만 나가면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는 범죄자가 의외로 많다. 서해를 통한 중국, 남해를 통한 일본 밀입국은 여전히 범죄자가 선호하는 탈출 경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계속 - 

 


서해안에 위치한 낡은 수문과 섬(출처 : iNIS)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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