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셜록 홈즈] (176) 해외 도피자도 시골보다는 도심에 은거
민진규 대기자
2018-12-17 오전 11:05:07
과거에 도피자들은 추적자가 따라오기 힘든 깊은 산골이나 외딴 섬으로 숨어 들어갔다. 교통시설이 부실하고 통신망이 없어서 지역주민이 의심해도 신고가 어렵다는 점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첩첩 산중에도 집집마다 전화가 보급되면서 시골의 이점이 모두 사라졌다. 1990년대 이후에 체포된 도피자 대부분은 시골보다는 도심에 은거하고 있었다.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외 도피자도 시골보다는 도심에 은거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국내와 동일하다. 

◈도심이 식품구입과 고독감 해소에 유리해

해외에서 유학생활이나 기타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 해보면 자신들이 생활했던 지역에서 외국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현지인은 많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자신도 먹고 살기 바쁘고 개인주의에 강해서 이웃사람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해외 도피자가 시골보다는 도심에 은신하는 이유는 식품구입에 유리, 고독감 해소, 추적자가 나타날 경우에 도주에 유리 등이며 상세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에 위치한 대형 할인점을 이용할 경우에 식품구입에 유리하다. 자신이 평소에 먹던 고국의 식품을 살 수 있는 곳은 한적한 시골의 대형 마트보다는 교민이 거주하는 도심의 슈퍼마켓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이나 주요 선진국의 대형 할인점에 가면 한국의 라면, 마요네즈, 김치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특히 라면은 해외 도피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품목이다. 평상시에는 라면을 먹지 않았다고 해도 고국의 음식을 오래 먹지 못하면 라면을 좋아하게 된다. 간단한 조리로 한국의 맛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중으로부터 고립될 경우에 느낄 수 있는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다. 현대인 대부분은 군중 속에서 묻혀 있을 때 편안한 감정을 느낀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도 있지만 절해고도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사람을 구경한다’는 말을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동양인 외모를 가진 사람만 만나도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고 친근감을 표현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을 여행하다가 말이 통하는 조선족만 만나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셋째, 추적자가 나타날 경우에 도주에 유리하다. 시골의 경우에는 산이나 강으로 도망을 가야 하지만 도심은 건물이나 쇼핑센터 등 숨을 곳이 매우 풍부하다. 지리를 잘 아는 곳이라면 깊은 산속으로 쉽게 들어 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도피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다. 한국에 살 때 동물원에서나 보던 곰이나 늑대 등의 야생동물도 목숨을 위협한다.

보안이 잘 되어 있는 고급 아파트에 숨을 경우에는 추적자가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외국에서는 건물 관리인이 근무수칙을 잘 지키기 때문에 이방인에게 사소한 정보조차도 알려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명의로 아파트를 임대해 살 경우에는 더욱 확인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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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야시장(출처 : iNIS) 

내용 문의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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