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탐정법 제정노력과 한계점
민진규 대기자
2018-08-27
공인탐정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은 2005년 제 17대 국회에서부터 시작됐지만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제화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다수의 대통령들이 선거공약으로 탐정 합법화를 제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주임무인 국회의원이 법안을 추진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법을 제정하지 못한 사례도 많지 않다. 공인탐정법은 이해관계자가 다수이고, 소관부처의 논란까지 가중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 13년동안 사회적 수요를 감안해 다수 의원이 노력했지만 제정에 실패 

2016년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공인탐정법의 초안을 표본으로 삼아 약 30회에 걸쳐 초안의 문제점이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탐정의 업무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감독의 범위가 모호한 조항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2009년 강성천 의원이 발의한 초안, 2013년 송영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초안, 2013년과 2016년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초안 등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9년 강성천 의원 등 30인은 민간조사업법을 발의했다. 법무부가 민간조사업자의 등록과 감독권한을 보유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권한의 일부를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들은 법안을 제안한 이유로 ‘교통 및 통신수단과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인한 지식정보화 및 국제화 사회로의 급격한 이동에 따라 빈발하고 있는 신종 인터넷 범죄와 국제범죄를 비롯한 각종 범죄나 사건의 사실관계 조사 또는 실종자 소재 탐지 등에 있어서 국가수사기관의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미흡한 분야에 대하여 민간인이 직접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점증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명칭이야 어떻든 탐정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특히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미흡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만 해도 시각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둘째, 2013년 송영근 의원 등 15인은 소관부처가 법무부장관이며 법무부 장관은 일부 업무를 검찰청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명시한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각 조항은 2009년 강성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마찬가지로 민간조사업을 ‘국가기관의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미흡한 각종 범죄나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또는 실종자 소재 탐지 등에 있어서 사인의 다양한 권리구현을 위해 의뢰인을 대리하여 사실을 확인해 주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의 수집을 대행하는 서비스업’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음성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속칭 ‘심부름센터’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절하게 업무를 규제해 민간조사원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국가기관이 소홀하게 대하고 있는 일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입법의 취지라는 점도 밝혔다. 

셋째, 윤재옥 의원은 2013년과 2016년 2회에 걸쳐 탐정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2013년에는 10인의 의원이 동참했고, 2016년 초안에는 12인의 의원이 서명했다. 

2013년에는 경비업법을 개정해 민간조사업을 포함해 민간조사업무를 경비업법의 ‘3장 민간조사업’으로 포함해 제안했다. 기존의 경비업무에 민간조사업을 포함해 경비업과 함께 선진화된 민간보안산업을 육성 및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윤재옥 의원은 2016년 경비업법의 일부가 아니라 별도로 공인탐정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탐정의 업무가 경비업의 업무와 차이가 있고, 다른 선진국에서 별도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탐정업을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관리를 통해 국민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고,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관리의 주체를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경찰청장으로 명시해 업무의 연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 경쟁 전문가 집단, 감독기관, 추진주체 등 모두 국민의 관점에서 반성해야 

지난 13년 동안 다수의 의원들이 공인탐정 관련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탐정법이 아직도 제정되지 못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제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윤재옥 의원을 포함해 다수의 국회의원이 제정하려다 실패한 공인탐정법 추진과정의 한계점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변호사, 행정사, 법무사 등 이해관계자인 전문가 그룹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변호사는 공인탐정이 변호사의 업무 영역을 침해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2018년 7월 10일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재판소가 조사업과 탐정 유사명칭 사용 금지를 규정한 법률이 합헌이라고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공인탐정을 반대하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 등 기본권 침해 피해 유발, 검경 수사관 전관예우 조장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탐정이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에 비해 국민의 사생활을 더 많이 침해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전관예우를 조장한다는 얘기도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전관예우의 부작용을 침소붕대한 것에 불과하다. 

둘째, 탐정의 관리감독 기관으로 법무부와 경찰청의 힘겨루기를 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만 초래했다. 공인탐정이라는 새로운 전문가 집단의 출현은 반기지만 이를 법무부와 경찰이 서로 자기들이 관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공무원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관리감독권을 가진다는 것은 일견 귀찮은 업무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퇴직자들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사나 조사 분야에서 근무한 공무원들의 경력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1차 시험을 면제하겠다는 발상도 퇴직자에게 자격증 하나를 쉽게 쥐어주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대부분의 전문가 영역에서 경력으로 1차 시험을 면제하는 제도가 사라졌는데, 아직도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법무부와 경찰청의 업무 다툼은 공인탐정 산업의 발전이나 국민의 권리보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 기관의 견제가 법안 성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한다. 

셋째, 일부 관련 기관 퇴직자들이 공인탐정법을 주도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경찰, 검찰, 군대 등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인사들이 법안 제정을 주도하면서 정작 소비자인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공인탐정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전문직종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인탐정을 빙자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국가수가기관의 기본적인 임무이며,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국가수사기관의 임무를 개편하거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은 국가기관이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세금을 내고, 일반 공무원들이 이러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라며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뽑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정이 필요하다면 국가수사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제시한 3가지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대통령과 일부 국회의원이 아무리 공인탐정법을 제정하겠다고 노래를 불러도 실현은 요원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인탐정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관련자들이 명심하고 합심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공인탐정법을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반대하거나 찬성하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기를 바란다. 권력자든 전문가 집단이든 헌법 제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내용을 잊지 않아야 한다.
 

▲ 중국 선전의 공원의 물고기 조각상(출처 : 국가정보전략연구소)


– 계속 -

민진규 대기자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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