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탐정업이 합법화됐지만 여전히 탐정을 관리할 수 있는 가칭 탐정업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탐정업체와 관련 단체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리 주체가 없는 아노미(anomie)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탐정이 수행하는 업무가 100여가지 이상이지만 국내에서는 어떤 업무까지 허용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혼란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일본 탐정의 조사 사례를 연구해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일본도 탐정이 가장 많이 의뢰를 받는 업무가 불륜 조사나 사람찾기이다. A탐정법인이 수주한 업무도 52세의 남성 직장인(B)이 의뢰한 부인(C)의 바람기 조사이다.

남편인 B는 최근 몇달 동안 부인 C의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평소보다 과도하게 많은 사실을 발견했다. 평소에 가지 않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음식점을 이용한 것도 특이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A탐정법인과 전화로 상담한 결과, 부인의 바람기가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의뢰를 받은 A탐정법인은 10여일 동안 부인을 밀착 감시해 기혼 남성 D와 만나는 증거를 확보했다.

전업주부인 부인 C는 남편 B가 직장생활로 바쁜 상황을 역이용해 평일 낮에 애인과 만남을 즐겼다. 이동이나 변장 등을 통해 주도면밀하게 만남을 유지했지만 경험이 풍부한 탐정의 눈은 피해가지 못했다.

의뢰인 B는 부인 C와 탐정의 조사결과를 토의해 협의 이혼했다. 아이들도 장성해 독립한 상태였으므로 이혼을 결정하는데 큰 걸림돌도 없었다.

또한 B는 기혼 남성인 D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진행해 이겼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남성 직장인들은 평일 야근과 주말 특근을 자주하기 때문에 집안일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서로 딴 곳을 주시하는 기린 부부(출처 : i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