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수사기관과 달리 탐정은 의뢰인의 사건 의뢰를 받아 조사를 시작한다. 경험 많고 유능한 탐정이라도 모든 종류의 사건을 조사하여 명쾌한 결과를 내놓기 어려우므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사건을 수임한다.

첫째, 조사의 목적과 내용이 실정법을 위반하거나 상식적인 수준의 윤리기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사건을 맡지 않는다.

탐정의 탁월한 능력이 오히려 짐이 되고 최선을 다한 조사결과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사건을 의뢰 받을 경우 우선 의뢰인으로부터 의뢰 내용, 의뢰 목적 등을 자세히 청취한 후 문제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거절하는 것이 좋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위장해 선의의 피해자를 찾아 해를 끼치기 위해 찾아 달라고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의뢰인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하도록 요청하면 반드시 사건을 거절해야 한다.

혹 조사업무 수행 중에 탐정도 모르는 사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가 있을 경우 절대 공개적으로 증거로 채택하거나 의뢰인에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는 합법적인 증거를 보완하기 위한 자료로만 활용하고 의뢰한 사건이 종결된 후 즉시 원본까지 파기한다.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한다는 등 어떠한 이유로도 보관해서는 안 된다.

둘째, 자신의 능력을 초월하고 활동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다. 탐정도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자이므로 자신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지만 돈 욕심에 무리하게 업무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이거나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수임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해당 탐정과 의뢰인만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탐정업계 전체의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위험한 의뢰인으로부터 일을 수임하지 않는다. 의뢰인이 조사기법이나 법률적 한계 등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으면서 탐정에게 특정 조사기법의 적용을 요구하고 수집해야 할 증거의 종류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경우는 매우 위험한 일일 가능성이 높다.

탐정이 의뢰인이 원하는 증거를 수집했다고 해도 약정한 수임료를 거부하거나 오히려 탐정의 불법행위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까지 있다.

넷째, 사건 의뢰인의 사생활, 사건 개요 등 공개될 경우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의뢰인이 설명할 경우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면서 의뢰하는 사건해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는다면 듣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의뢰인이 정보를 제공할 경우 혹 발생할 수 있는 정보유출의 책임은 의뢰인이 진다고 주지시켜야 한다. 탐정은 당연히 전문가로서 양심에 따라 비밀유지의 의무를 진다.

탐정이 정보조사과정에서 지득한 비밀은 가급적 자신만 알아야 한다. 필요한 경우 해당 사건의 팀장만 비밀유지 각서에 서명을 하도록 한 후 알려준다.

이때도 조사요원 등 정보조사와 관련된 인원이 알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팀장이라고 해도 증거조사에 꼭 필요한 사항만 알려줘 의뢰인의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한다.

사건 의뢰인과 관계되지 않은 주변인에 관해 수집한 정보도 조사와 관련성이 없는 경우 반드시 근거를 남기지 않고 파기한다.

작전에 투입된 요원이 의뢰인의 사생활을 누설하고 수집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의뢰인을 협박하는 용도로 활용한 사건도 발생한 적도 있으므로 철저하게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탐정은 ‘진실을 아는 것이 정말로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어 가면서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하지만 정황상 진실을 모르는 것이 의뢰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정보조사를 하지 않도록 설득한다. 특히 가사사건이 그런 경우가 많다.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고 조사를 시작하면 의뢰인이나 탐정 모두 돌이킬 수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