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탐정업이 합법화됐지만 여전히 탐정을 관리할 수 있는 가칭 탐정업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탐정업체와 관련 단체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리 주체가 없는 아노미(anomie)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탐정이 수행하는 업무가 100여가지 이상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혼란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일본 탐정의 조사 사례를 연구해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일본의 탐정은 불륜조사, 사람찾기, 신용조사뿐만 아니라 소행조사도 의뢰를 받는다. A탐정법인이 수주한 업무도 48세의 여성(B)가 의뢰한 소행조사였다. 세부 조사 내역을 살펴보자.

B는 이혼해 혼자 살고 있는데, 최근 인터넷 결혼상담소를 통해 50세 남성 회사원인 C를 소개받았다. 6개월 정도 교제했지만 개인신상에 관해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

기본적으로 핸드폰 전화번호 외에는 집 주소조차도 알려주지 않았다. B는 자신이 한번 이혼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동안 파악한 B의 신상명세서를 갖고 A탐정법인을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탐정 법인은 사건을 의뢰받아 B가 근무하는 회사의 동료와 주변인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시작했다.

당연하게 퇴근하는 D를 미행해 어디로 향하는지 파악했다. 조사를 시작한 당일에 D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인과 자녀와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7일 정도 미행하면서 B외에도 다른 3명의 여성과 동시에 교제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알게됐다. 소위 말하는 문어발 행각으로 다른 3명의 여성들도 C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었다.

특히 B는 C가 처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 것에 분노했다. 하지만 동시에 3명의 여성과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현실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탐정이 C를 미행하면서 촬영한 사진과 B의 주소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후 C와 관계를 단절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혼한 경험이 있을 경우에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 탐정사무소에 찾아오는 이혼 경력자들은 사람의 정에 굶주려 있어서 상대방을 무조건 신뢰했다고 후회한다. 이런 상황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소행조사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 채팅 로봇 이미지(출처 : 위키미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