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탐정업이 합법화됐지만 여전히 탐정을 관리할 수 있는 가칭 탐정업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탐정업체와 관련 단체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리 주체가 없는 아노미(anomie)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탐정이 수행하는 업무가 100여가지 이상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혼란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일본 탐정의 조사 사례를 연구해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일본의 탐정은 불륜조사, 사람찾기, 신용조사, 신원조사뿐만 아니라 바람기조사도 의뢰를 받는다. A탐정법인이 수주한 업무도 25세의 여성(B)이 의뢰한 바람기조사였다. 세부 조사 내역을 살펴보자.

미혼인 B는 6개월 2년간 교제하고 있는 남자 친구인 C와 헤어졌다. 회사원인 C가 자신에게 상냥하게 잘 대해줬지만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결별을 선언했다.

화가 치밀어 갑자기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조금씩 후회가 밀려들었다. 만약 C가 다른 여자와 사귀지 않고 있다면 다시 사귀고 싶다는 생각으로 A탐정법인을 찾았다.

탐정은 C의 사진과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파악한 후 미행조사를 시작했다. 퇴근 후에 집으로 향하는 C를 미행한 결과, C의 집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C는 혼자 산다고 말했지만 누군가와 동거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 C와 함께 집을 나서는 젊은 여성인 D의 사진을 촬영했다.

D의 사진을 확보한 후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의뢰인인 B와 마주 앉았다. D의 사진을 본 B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D는 B가 C를 만날 때 같이 동행한 자신의 친구였다.

C는 전 여자친구인 B와 헤어진 후 D를 만나서 같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한 B는 C에 대한 마지막 남아 있던 감정조차 깨끗하게 정리했다. 

▲일본 JDB탐정사무소의 홍보자료(출처 :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