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례연구31] 인터넷 사업에 수십억 투자를 요청한 벤처사업가의 신용조사
민진규 대기자
2021-07-23
지난해 8월부터 탐정업이 합법화됐지만 여전히 탐정을 관리할 수 있는 가칭 탐정업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탐정업체와 관련 단체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리 주체가 없는 아노미(anomie)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탐정이 수행하는 업무가 100여가지 이상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혼란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일본 탐정의 조사 사례를 연구해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일본의 탐정은 사람찾기, 불륜조사, 바람기조사, 신원조사뿐만 아니라 개인 신용조사도 의뢰를 받는다. A탐정법인이 수주한 업무도 62세의 남성(B)이 의뢰한 신용조사였다. 세부 조사 내역을 살펴보자.

B는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타업종 교류회에서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C를 소개받았다. 40세인 C는 인터넷 사업이 유망하다며 투자를 요청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났지만 투자금액이 수십억 원 규모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현재 영위하고 있는 제조업은 치열한 경쟁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고령화, 원가절감의 애로 등으로 경영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사업의 미래를 얘기하고 언론에도 단기간에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린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평생 제조업체만 경영했기 때문에 C가 보여준 인터넷 사업계획서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또한 평생동안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사업을 진행한 경험에 비춰보면 C는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따라서 A탐정법인과 상담을 통해 C의 신용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탐정은 C에 대한 기초정보를 기반으로 탐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C의 명함에 적혀 있는 이력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C를 B에게 소개해준 지인 D도 사업이 어려워져 자금난에 봉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마도 C와 D는 사업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C가 B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D에게 일부 투자금을 할당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탐정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B에게 제출했다. B는 보고서를 읽은 후 투자하려던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A탐정법인의 도움으로 C와 D의 사정을 자세하게 안 것이 투자를 철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자칫 평생에 걸쳐 모은 재산을 몽땅 날릴뻔했다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했다.


▲중국 선전의 거리에 방치된 공중전화 부스(출처 : 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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