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도청기는 스펙트럼 분석기만으로 탐지 가능해
민진규 대기자
2021-02-15 오후 4:10:00
최근 국회에서 탄핵을 당한 법관이 대법원장과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해 공개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는 현재 고위직 법관조차도 자신의 신변을 보호받기 위해 몰래 녹음을 하는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공무원이나 법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스마트폰의 통화나 각종 대면 대화를 상대방 몰래 녹음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녹음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해 각별히 조심하는 상황이라면 도청만이 증거를 수집하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도청기는 냉전 기간 동안 국가정보기관의 전유물이었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민간에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유선전화가 대부분이라 가정의 전화기, 빌딩의 단자함, 전화선이 연결된 전신주에 도청기를 설치했다.

초기 도청기는 RF 대역을 사용했으며, 전화 통화가 시작되면 운영자가 일일이 녹음 스위치를 눌러 녹음했다. 이후에 음감 센서를 장착한 카세트가 개발돼 자동녹음이 가능해졌 단순 노동에서 벗어났다.

일반인들의 도청에 대한 인식도 낮아 도청기를 잘 숨겨두기만 하면 '금광'을 발견했다고 말할만큼 양질의 정보가 쏟아졌다. 24시간 365일 도청이 가능한 시기였으며 탐정과 정보기관은 호시절을 즐겼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유선전화의 사용이 줄어들었고, 도청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휴대전화는 특수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정보기관만 도감청이 가능해 탐정의 영역에서 벗어났다.

따라서 탐정들은 어려운 휴대전화의 도청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휴대전화 통화가 일어나는 사무실, 가정, 자동차 안 등에서 도청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아날로그 도청기 대신에 디지털 도청기가 개발되면서 도청기를 찾는 것도 매우 어려워졌다. 디지털 도청기는 '스펙트럼 분석기'라는 장비를 활용해야 탐지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관련 장비를 소지하고 도청기를 찾아주는 탐정 사무소는 많지 않다. 도촬기와는 달리 도청기는 국가정보기관조차도 완벽하게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전히 광범위하게 설치 및 운영되는 감시 도구이다.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정용 도청기(출처 : Radiolife)
저작권자 © 탐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국내탐정동향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