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칼럼]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에 따라 탐정업법 제정이 시급
김용태 발행인
2022-01-03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과 공판중심주의 확대 등 형사사법제도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탐정업법 제정이 시급


올해부터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被疑者訊問調書) 증거능력 제한이 시행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 312조 1항이 시행되면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기존에는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돼 있다는 사실이 피고인 진술에 의해 인정되고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즉,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적법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작성됐음이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진술에 의해 인정되고, 피고인이 조서의 진정성을 부인하더라도 영상녹화물이나 기타 객관적인 방법에 의해 조서의 진술 내용이 피고인의 진술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된 것으로 실질적 진정성이 인정되며, 조서에 기재된 내용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인정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재판에서 피고인이 진술 내용을 부인할 경우 경찰 조서와 마찬가지로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앞으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진술 증거만으로는 유죄 판결을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재판정에서 법관의 면전에서 작성한 면전조서만 증거능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는 과거 검사의 자백 중심의 강압수사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보장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란 전망이다. 이와 반대로 법조계의 우려도 크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상실되고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검찰 조사 때 나온 일부 부합 진술을 다시 얻어내기 어려워 혐의 입증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술증거의 의존도가 높은 사기사건이나 공범이 많은 사건, 뇌물 등 부정부패 사건 등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은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한 입법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적 특수성에서만 인정되던 것이었다. 따라서 형사 사법기관의 수사 과정과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9년 형소법 제312조 개정 과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전문증거(hearsay evidence, 傳聞證據)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밀실에서 자백 진술 확보 중심의 강압수사를 유도한 측면이 있고,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서도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검찰과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사 증거능력 인정 요건을 동일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법정 외에서의 진술을 증거로 인정해 공판중심주의를 약화시키며, 피고인의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과 동일하게 개정한 것은 국민인권 보호 차원에서도 부합한다.

따라서 향후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 증거 물증 확보가 법정에서 유죄입증의 관건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수사기관 역시 과거의 강압적 수사 관행을 탈피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충실히 수집해야 피의자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법무부는 대검찰청과 함께 수사 역량과 공판 역량을 강화하는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다. 수사 단계에서는 진술증거의 기록방식 다각화, 비(非) 진술증거의 폭넓은 활용 방향이 논의되고, 공판 단계에서는 조사자 증언 및 피고인 신문절차 활성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사자 증언은 2007년 형소법에 도입된 것으로 피고인을 수사한 형사 사법기관의 조사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는 제도이다. 앞으로 경찰·검찰 수사관의 법정 증언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형소법 개정과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따라 증거능력 확보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과 범죄사실 규명에 핵심 요건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EU 회원국과 OECD 국가들에서는 당연한 재판제도가 이제야 한국에서 현실화된 것이다.

새로운 사법제도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형사사법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탐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에서 탐정은 조사·감시 활동을 통해 증거를 찾거나 획득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세부 내역을 살펴 보면 감시, 표적 인터뷰 및 공개출처정보(open source intelligence) 수집과 같은 조사기법과 기술을 사용해 범죄, 법령위반 또는 위법 행위 또는 주장에 대한 조사, 사고·사건 및 재산 피해의 원인과 개인 상해 또는 건물 손상에 대한 조사, 사람의 활동·행동·성격 또는 평판에 대한 조사, 재산의 위치나 사람의 소재 조사 등이다.

탐정은 개인, 변호사 및 법률회사, 보험사, 기업, 정부, 전문 협회 및 규제 기관 등의 고객을 대상으로 위와 같은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한다. 영미권 국가에서 탐정은 형사 고소 또는 고발을 위한 법률서비스와의 연계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탐정의 조사는 피해자 또는 이해당사자가 형사 사법기관에 고소 또는 고발하고자 하는 경우에 사안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사실에 대한 명확하고 명백한 증거와 물증이 있어야 하는 경우에 탐정을 활용해 증거를 확보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하고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

수사전문가들은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요건의 강화와 공판중심주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탐정업 관련 법안이 조속한 입법을 통해 증거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단순히 법정 증언 확대와 영상 녹화물의 증거능력 인정만으로는 국민의 방어권과 인권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 변화된 사법제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임인년 새해에는 탐정업법이 반드시 제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 이상수(한국탐정정책학회 회장, 가톨릭대 행정대학원 탐정학전공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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