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탐정업법에서 전직 수사관의 경력 인정에 관한 논쟁
민진규 대기자
2021-02-22 오후 4:39:41
한국에서 전문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건도 갖추지 않고 자칭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전문가가 되기 위한 조건은 2가지이다. 하나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종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의 조건만 충족하는 사람들이 전문가로 행세하는 경우가 있다.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지도 숙제다.

어떤 사람을 전문가로 인정하기에 '얕은 지식과 긴 경험' 혹은 '깊은 지식과 짧은 경험'이 우선하는지 명쾌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험보다는 지식이 중요하다.

공인탐정법 제정 과정에서도 수사나 조사 경험자에 대한 우대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경찰이나 군경찰 등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했다면 최소한 1차 시험이라도 면제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찰관이라도 모두 조사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며, 명확하게 조사에 특화된 기간을 증명하지 못하면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에 경찰, 군경찰, 정보기관 등에 근무했다면 어떤 형태든 조사업무와 연관돼 있으므로 경력자로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공인탐정은 자격증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력자들이 자격증을 쉽게 취득했다고 탐정업무에서 반드시 뛰어난 성과를 도출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경우에 경찰관의 경력이 전혀 없어도 탐정 양성학원에서 공부해 뛰어난 탐정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은 경력을 무조건 우대하기 보다는 동일한 조건에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

결국 탐정도 경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시장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공조직에서 조사 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자도 민간인인 공인탐정의 특성을 감안해서 활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탐정은 경찰관과 달리 권력이 없어서 탐문, 미행, 잠복 등의 활동에서 제약이 따른다. 경찰관이라고 신분을 밝히면 주민들이나 업소 주인들도 최소한 협조하려는 의지는 보인지만 탐정은 문전박대를 당한다.

또한 의뢰인과 약속한 시간안에 증거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인원과 조사 기간이 한정돼 있다. 경찰관은 미행이나 잠복의 기간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백업 요원도 풍부한 편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전직 수사관이 탐정으로 잘 정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한국에서도 공조직 수사관 출신들이 탐정으로 성공하려면 공무원과 일반인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공무원 때'를 벗어야 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조직의 수사관 출신들도 일반인과 경쟁을 통해 자격증을 취특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처음부터 민간인으로써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노하우를 익혀야 훌륭한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교통 표지만 뒤에서 과속 차량을 단속하는 홍콩 경찰(출처 : 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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