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 속 맹수의 심정으로 임하는 잠복 조사
민진규 대기자
2021-03-04 오후 7:46:00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려진 탐정의 미행은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잠복은 매우 고단하고 지루한 조사 기법이다. 오랜 기간 경찰관으로 일한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잠복 근무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동차 안 혹은 후미진 골목, 건물의 계단 등과 같은 장소에 숨어서 감시 대상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려면 인내력이 필요하다. 시골이나 교외 지역이라면 나무 위나 숲 속에서 밤을 보낼 수도 있다.

타겟의 행동 패턴에 따라서 숨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밤과 낮을 선택하기 어렵고, 주말과 공휴일도 반납해야 한다. 잠복은 하루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타겟이 아침에 출근해 사무실에 들어갔다면 출입구에서 기다려야 한다.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점심 시간도 거르고 퇴근 시간까지 하염없이 대기해야 한다.

퇴근 이후의 행동을 감시해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된다.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갔다면 집까지의 거리를 감안해도 오후 7~8시에 귀가할 수 있다. 이때부터 다음날 아침 출근 시간까지 잠복 근무가 이어진다.

낮시간보다는 밤에 하는 잠복 근무가 어렵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추위 및 배고픔과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2명이 1개조로 근무해 교대로 잠을 청하지만 감내하기 힘들다.

또한 잠복하는 장소가 주택가라면 물과 음식을 구입하기 쉽지만 야외에서 기다리면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을 대비해 비상 식량을 휴대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행과 마찬가지로 잠복도 타겟과 주변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숲의 덤불 속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는 맹수와 같은 심정으로 은밀하게 숨어야 한다.

잠복이 괴로운 과정이지만 나름 효과적인 조사 기법에 속한다. 탐정이 다루는 타겟은 흉악한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변에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은 낮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탐정의 입장이다. 탐정이라는 직업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초보자가 호기심을 갖고 취미삼아 뛰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태권도, 유도, 합기도 등과 같은 무도를 오래도록 연마했거나 체력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비상 상황에 대처하고 육체적 피로는 감내하기에 유리하지만 잠복은 다른 차원의 긴장과 지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유흥가 골목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출처 : 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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