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전문가 인터뷰 –특허법인 신성 김봉석 부장
박재희 기자
2021-02-03
[특집] 전문가 인터뷰 –특허법인 신성 김봉석 부장

 

1. 특허전쟁의 강력한 우군으로 탐정의 역할 중요, 규제 샌드박스로 탐정업 육성해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 가능해

 

지난 1월 2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소송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양사가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면서 직접적인 비용만 수천 억 원이 지출됐을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과의 기술개발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국내 대표 재벌기업의 특허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자 일부 언론들은 정부가 기업 경영에 너무 깊이 개입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1위 배터리업체인 CATL은 2020년에도 2019년에 이어 글로벌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상위 6위 업체로 포진하고 있지만 국내업체간의 전략적 협력도 필요한 실정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특허법인 신성’에서 2000여건에 달하는 해외 특허 출원 관련 업무를 처리한 김봉석 부장(이하 김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특허청이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면 탐정의 역할이 중요해

김부장은 각종 특허분쟁을 경험하면서 탐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20여년간 미국이나 유럽의 특허출원 및 침해사건 조사를 진행하면서 조사 전문가의 필요성을 체험했다. 해외의 탐정제도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으며 특허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공인탐정법(가칭)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현장 전문가이다 


▲특허법인 신성의 사무실을 소개하는 김봉석 부장


 

- 특허법인 신성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개인이나 기업들의 국내∙해외 특허의 검색∙출원∙등록∙심판∙소송 등에 대한 일을 담당한다. 특히, 2003년~2005년LG전자의 이동통신 단말기와 관련된 특허출원∙등록 등의 관리업무를 맡았다. 2005년~2010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LTE 이동통신기술 국제 표준 특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0년 이후에는 반도체 메모리와 관련된 정보기술조사, 국내 및 해외 특허 출원∙중간사건∙등록∙심판 등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까지 2000여건 이상의 해외 특허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

 

- 정부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인탐정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처음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후에 관련 기술 발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술경쟁이 두드러지면서 개인이나 기업들간의 분쟁이 격화되고, 이에 따른 기술 유출이나 산업 스파이 등의 문제도 더욱 조명을 받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공인탐정 제도가 도입되면 기술 유출 관련 범죄혐의가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단계에서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특허 업무 중에서도 탐정의 능력이 필요한 영역은.

특허청은 특허소송에서 증거수집을 위한 “디스커버리(Discovery : 증거개시)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제도란 재판에 앞서 재판당사자가 소송 관련 문서 등을 확보하고 이를 상호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다. 만약, 국내에서도 특허법에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된다면 다양한 수사기법을 갖고 있는 공인탐정들이 특허전문가들과 함께 특허소송에서 증거개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구체적인 증거수집 사례를 든다면.

특허(지식재산권)를 출원하는 과정에서 발명자들의 서명이나 타사 도용 등의 문제에 대해 기업 내부의 메신저∙이메일 등의 네트워크를 조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기업 내부의 메신저나 이메일 등의 사용에 관한 네트워크의 조작∙삭제 등을 조사하거나 추적하는 포렌식 기술이나 장비 등이 필요하다.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에 해박한 탐정이 조사에 참여한다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감독으로 불법행위 막을 수 있어

한국은 탐정이 활성화된 일본과 달리 탐정제도의 제도화에 소극적이었다. 일부 전문가집단의 이기주의도 한몫 했지만 심부름센터로 불린 흥신소의 불법행위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영국 등 선진국과 같이 탐정제도를 도입해 활성화시켜야 하는 니즈(needs)는 큰 편이다.

 

- 그동안 한국에서 공인 탐정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이유는.

배우자의 불륜과 같은 뒷조사를 하면서 불법적인 일을 손쉽게 저질렀던 흥신소의 부정적 이미지가 다수의 일반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각인된 점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공인탐정 제도가 도입됐을 때 소관 부서를 어디로 할 것인지 경찰청과 법무부간의 관리∙감독 권한을 둘러싼 다툼도 큰 이유라고 알고 있다. 국민이 겪는 불편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어디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지를 우선 고려했다면 공인 탐정제도의 도입이 이렇게 지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 공인 탐정제도가 도입되면 국민들이 받을 혜택은.

공인 탐정의 다양한 역할이 있지만 특허업계와 관련해 얘기한다면, 특허 소송이나 산업스파이를 확인하는 과정 등에서 수사기법이나 증거를 찾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증거나 근거가 없다면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디스커버리 제도와 함께 특허업계에서도 공인 탐정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 한국에서 영국의 명탐정 셜록 홈즈와 같은 유능한 탐정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흔히 심부름센터로 불리던 흥신소는 기업과 관련된 증거조사나 분석보다는 개인의 일상사와 관련된 사건을 주로 수임했다. 하지만 기업의 불법적 경영∙노무∙특허 등과 관련된 업무를 보다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사기법이나 노하우와 함께 기업 관련 전문 지식도 함께 배워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특허와 관련해서는 기업에서 발명이나 특허를 관리하는 방식이나 노하우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특허 전문가와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현재 여러 대학에서 학부나 대학원 과정으로 탐정학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활동하고 있는 탐정들은 선배로부터 구전(口傳)으로 학습했거나 경찰 등과 같이 현장 실무를 경험하면서 개인적으로 노하우를 쌓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종래에는 탐정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학습할 수 없어 탐정간의 능력 편차가 컸고, 고객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만약 대학에서 탐정학과를 개설해 현장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과목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면 낮은 신뢰나 부정적인 인식은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 그동안 흥신소라고 불리는 심부름센터와 같은 사업자들이 불법행위를 자행하면서 탐정의 도입을 우려하는 국민들도 있는데, 어떻게 걱정을 해소할 수 있을지.

공인탐정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수임 업무의 범위와 불법행위 등에 관련 규정이 모호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또한 법무법인이나 특허법인처럼 공인탐정도 일정 규모(예를 들면 2~3인 이상) 이상의 공인탐정이 함께하는 탐정법인을 통해 의뢰인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인탐정의 불법행위에 따른 의뢰인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보험에도 필수적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규제 샌드박스로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탐정산업 발전 가능해

공인탐정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전문가는 없지만 탐정의 업무영역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변호사나 경찰의 업무를 보좌하는 역할로 한정하자는 의견부터 ‘규제 샌드박스’로 탐정업의 발전부터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탐정전문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늦은 만큼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봉석 부장


 

-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탐정이 하는 업무가 다양하다. 단순 실종자 찾기에서부터 개인의 신원조사, 기업정보조사, 기업 내부 부정행위 조사, 소송 관련 증거조사, 도청기나 도촬기 탐지조사 등으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한국의 탐정에게도 이러한 업무를 전부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탐정의 업무영역을 명료하게 규정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명확해진다면 특정 분야에 제한적으로만 탐정 업무를 허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즉, 외국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탐정들이 활동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도 유사하게 허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탐정이 해외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 일부 사람들은 공인 탐정이 도입되면 국민의 부담만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사람들은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소송 등에서 조금만 더 전문적인 지식이나 수사 역량을 갖춘다면 사건을 해결하거나 승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인탐정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고급 인력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다만, 소송 등에서 공인탐정과 계약할 때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형사 사건의 경우에 국선 변호사를 이용하는 제도가 있는 것처럼, 공인 탐정도 중대 범죄나 필수 사건(형사 사건, 등)에는 ‘국선 탐정사’와 같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탐정 산업이 발전하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초기에 탐정들의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경쟁이 심화돼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 국민들이 탐정들의 능력을 파악하기도 전에 탐정이 시장의 신뢰를 상실할 수도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탐정들의 능력이나 준법의식 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탐정산업이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현장 친화적인 조사기법 연구, 우수 인재 양성, 윤리 준수 교육, 불법행위 감시 및 시정조치 등과 같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김부장은 2020년부터 경기도 포천시의 ‘드론클러스터 조성 추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허전쟁에 바쁜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한 전략서도 집필 중이다. 특허의 출원뿐만 아니라 방어, M&A, 매각 등을 위한 가치평가와 포트폴리오 전략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21세기 기업경영은 경쟁기업보다 한발 앞선 특허의 확보와 방어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다시 실감했다. 특허전쟁의 시대에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특허출원과 분쟁 등 전 과정에서 활동할 우수한 탐정을 양성해야 하는 것도 탐정업계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    끝 -
저작권자 © 탐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오피니언 분류 내의 이전기사